달리기 기억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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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F(Did not finish)
2017년 봄. 오랜 중국생황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중국에서 다니던 회사의 한국지사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한국에서도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일에 대해서 당시의 매니저에게는 매우 감사하고 있다.
2017 DMZ 트레일러닝 DNF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다음 대회는 한국에서 개최되는 DMZ 트레일러닝 50km코스로 결정을 하였다. 인천으로 온 뒤로는 집에서 가까운 승기천 수변산책로에서 주로 달리기를 하였고, 트레일러닝 훈련은 청량산에서 하였다. 청량산은 높이는 약 150m정도로 낮지만, 산책로가 잘 관리되어서 달리기 연습을 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예전에 비하면 달리기에 더 익숙해지고, 연습거리도 늘었기 대문에 50km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그렇듯이 전혀 예상치 못한 데서 발생하였다.
나는 평소 구내염을 자주 앓는데, 대회 직전에 구내염이 생긴 것이다. 구내염이 생기면 온 몸에 힘이 없고, 미열도 있는.. 굉장히 좋지 않은 상태가 된다. 이 상태가 대회 직전 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DMZ 트레일러닝 50km 구간은 연천에서 진행이 되었다. 컨디션은 최악이지만 시작은 순조로웠다.. 문제는 20키로 지점이었던 것 같다. 몸이 회복이 되지 않고, 급격히 피로해지고, 오르막에서 허벅지의 통증이 아닌 가슴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였다. '아 이러다 죽을 수 도 있겠구나. 다음 체크포인트에서 포기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은 뛸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그만두어야 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내 몸에는 온통 오한으로 인한 소름이 돋은 상태였다. 이 이후로는 달리기 대회 전에는 입안에 상처가 생기지 않는 것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
2017 송도국제마라톤대회 DNF
늘 그렇듯이 DNF는 썩 유쾌한 기분이 아니다. 굉장히 우울해진다. 뭔가 억울함도 있었다. 충분히 완주를 할 수 있었던 체력이었는데.. 그래서 뭔가 이 억울함을 어떻해서든 풀기 위해서, 약 3 주 뒤에 집 근처에서 개최되는 인천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를 하였다.
50km 대비로 연습은 충분히 된 상태였다. 대회 참가도 처음이 아니었다. 산악지형에서 30키로 이상은 몇 번 달려보았다. 평지 42km는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완전히 잘못 된 계산이었다.
트레일러닝은 긴 오르막과 험지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페이스 조절이 되고, 숲이 우거진 곳에서는 햇빛을 피할 수 있게된다. 하지만 도시의 아스팔트에서 달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어느 정도의 페이스로 뛰어야 완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빠른속도로 뛰게 되었다. 주위의 분위기에 휩쓸려 버리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버렸다. 하프구간을 통과할 무렵부터 근육들에 경련이 오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30도가 넘는 뜨거운 날씨와 갈증 때문에 더 이상 뛸수가 없었다. 조금 걷다보면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했지만(트레일러닝 때는 항상 회복이 되었다) 다리 경련은 10km 를 더 걷고 뛰는 동안 나를 괴롭히다가 결국은 나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10km만 더 가면 되는 거 였지만, 곧 DNF를 알리는 차량이 올것을 알았기에 그냥 기권을 하였다. 나와 비슷하게 느린 속도로 뛰던 베테랑들도 강제로 DNF 처리가 되었다. 더 기다려 주지 않고 즉시 실격처리를 하는 운영에 놀란 분들도 있었는다.
이렇게 2번의 DNF를 연속으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우울감 보다는 무기력함이 더 적합한 느낌이었다.
그 이후
이렇게 2017년의 달리기들은 마무리를 하였고, 2018년 부터는 새로운 직장과 육아로 인해서 당분간은 42km 이상의 대회는 참가하지 못했다. 달리기를 멈춘 것은 아니었고, 이 기간 동안에는 오히려 듀애슬론과 하프마라톤의 재미를 또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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