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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여행 이야기/대회참가후기

달리기 기억: 베이징, 트레일러닝

by G. Hong 2020.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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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기억 시리즈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에 대한 글을 읽었다.
좋아하고 꾸준히 하고 있는 취미,운동에 대해서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나도 한번 글을 써보려고 한다.
예전 러닝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 있을때 최대한 글을 많이 남겨두려고 한다.

사실 내 (메인)취미는 싸이클이었다. 달리기는 자전거를 잘 타고 싶고, 자전거가 없을 때에도 훈련을 계속 하고 싶어서 시작하였던 것이다.

燕郊 (옌쟈오, 베이징 동쪽의 교외도시)

달리기로 5km이상의 거리를 꾸준히 뛰기 시작한건 2015년 무렵인듯하다. 자전거로 높은 오르막을 잘 오르려고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확실히 오르막 기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었다. 이때는 옌쟈오(燕郊)에서 약 35km지점에 있는 焦庄户의 약 125m짜리 오르막을 주로 갔었다.

옌쟈오에서 살던 기간 동안에는 베이징과 옌쟈오의 경계선이 되는 챠오바이허(潮白河) 강변도로에서 주로 달리기를 하였는데, 산책로가 따로 만들어져서 뛰기 좋은 코스였다. 집에서 강변을 따라서 산책로 남쪽 끝까지 갔다가 오면 딱 10km가 되는 코스였다. 이 강은 여름을 제외하고는 강에 물이 거의 없어서 호수처럼 고여있는 형태인 경우가 많은 강이다. 밤에는 어둡고 모기도 많아서 해가 지고 난 뒤에는 주로 아파트 단지에서 뛰었었다.

北京西山越野跑 (베이징 서산 트레일러닝)

2016년 4월에는 처음으로 달리기 대회에 참가를 했는데 JD 트레일러닝 대회라고 중국에서 가장 큰 온라인 쇼핑몰인 JD.COM에서 후원을 했던 대회였다. 베이징씨샨(북경서산, 北京西山)에서 진행된 7.5km로 짧은 거리(오르막 470m)였지만 처음으로 뛰어보는 트레일러닝이자 레이스였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기록(44분)으로 들어왔었는데, 결승을 통과하는 순간의 즐거움은 한동안 잊혀지질 않았다.

그래서 곧 바로 5월에 있는 베이징씨샨 21키로 거리의 트레일러닝을 신청을 하였다. 이때부터 나의 달리기는 부상이라는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평소와 같이 10키로 달리기를 매일 뛰던 도중 어느 날 갑자기 무릎이 찢어지는 통증이 찾아왔다. 무릎보호대를 해도 낫지를 않았다. 결국 대회때 까지 회복되지 않았고 대회는 쩔뚝거리며 걸어서 겨우 완주를 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10키로는 50분페이스로 뛰었는데, 이 부상 이후로 2018년까지는 이 페이스로 돌아오지 못했다.

崇礼 (총리, 베이징 서북쪽에 위치한 지역) 30km

무릎부상으로부터 회복 한 뒤, 그 해 8월에 있었던 중국 허베이 총리(河北 崇礼) 지역에서 개최된 총리100대회에 참가를 하였다. 내가 참가한 코스는 30km거리에 1200m 오르막이 있는 코스로 실제 거리는 조금 더 길었던 것 같다. 30km의 거리는 이 때의 나에게는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얼마나 힘들지 내몸에 어떤 무리가 올지 알 수 없었고, 오르막 훈련도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았다. (베이징과 옌쟈오의 대부분의 거주지역은 산지가 없어서 오르막 연습을 할 장소가 없다) 그래서 오르막 연습은 아파트의 계단 오르기를 하면서 대비를 하였었다. 그래도 더운 날이었지만 무사히 연습들을 잘 마쳤었다. 

이 대회는 1600~2000m의 고지대에서 진행된 레이스여서 이국적인 날씨와 자연경관이 끝내주는 레이스이다. 부상없이 무사히 완주를 하였고, 기록 역시 4시간42분으로 만족스러웠다. 이런 레이스의 결과가 주는 쾌감은 혼자 뛰면서 달성한 기록과는 다른 쾌감이 있는 것 같다.

杭州 (항저우) Trail catcher 50km

30키로 트레일러닝까지는 내 몸에 크게 무리가 없었다 보다. 곧 바로 11월에 개최되는 50km짜리 트레일러닝에 등록을 하였다. 이번에는 베이징에서는 쫌 먼 거리인 항저우에서 개최되는 거리였다. 나는 이때는 최대한 부상이 없는 러닝을 하기 위해서 속도보다는 달리는 자세와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페이스를 찾는데 주력을 했었다. 연습도 그럭저럭 했었고, 겨우겨우 완주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의 훈련만 했었던 것 같다.

총리 대회 이후에는 옌쟈오에서 베이징으로 다시 이사를 하였다. 예전에 한 번 살았던 순허(孙河)라는 지역의 캉잉(康营)이라는 아파트단지 이다. 이 곳에서는 원위허(温榆河)라는 강이 가까워서 낮에는 강변산책로를 달리고, 밤에는 아파트 단지 주변을 뛰었다.  

항저우 대회는 장거리 여행을 하여야 해서 아내와 친구들도 함께 동행을 하였다. 레이스 당일 아내는 친구와 함께 항저우와 가까운 도시인 쑤저우 여행을 갔다. 다른 친구 한명은 나와 함께 레이스에 참가를 하였는데, 이 친구는 이 때까지만 해도 달리기 준비가 젼혀되지 않은 친구였지만, 걸어서라도 완주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참가를 한 친구였다. 내가 데리고 온 친구라 어떻게서든 함께 완주를 하려고 했는데, 30km 지점 쯤에서 이 친구가 발을 접질러서 더 이상 뛰는게 힘든 지경이 되었다. 결국 35km 지점에서 기권(9시간53분)하고 차를 타고 돌아 갈 수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하는 기권이었는데, 굉장한 우울감이 몰려들었다. 아직도 이 친구와 이 때 이야기를 하면 자기가 없었더라면 내가 혼자서 완주를 했을 거라고 (위로)말해주는데, 나도 사실 완주를 했을 거라는 확신은 들지 않는다.. 

항저우 코스는 굉장히 가파른 코스가 많고 등산로가 아닌 야생의 길을 지나는 코스가 많았다. 그리고 이 대회의 특성상 자연보호를 위해서 스틱을 사용하지 못했는데, 이 역시 굉장히 레이스를 힘들게 만든 요인이었다. 중국의 중남부지방의 자연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지만, 다시 가고 싶은 레이스 코스는 아니다.

항저우 트레일러닝을 끝으로 중국에서는 더 이상의 레이스는 없이 다음 해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2017년 가을에는 베이징 트라이애슬론을 참가하려고 등록을 하였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을 하였기 때문에 대회 참가를 포기하여야 했다. 

달리기를 꾸준히 시작한지 1년여의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경험을 했던 기간이었다. 내 몸은 달리기를 할 때, 무릎부상과 두통이 필수 적으로 생긴다는 것을 알고, 부상과 두통을 줄이는 달리기를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였고, 자연스럽게 페이스를 높여서 기록을 줄이는 쪽으로는 발전을 시키지 못한 특이한(?) 케이스의 러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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